손정의는 왜 ARM을 인수했을까? 키워드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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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는 왜 ARM을 인수했을까? 키워드 3가지
  • by 이상우


"사물인터넷(IoT)이 가져오는 중요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은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세계 2위 반도체 설계회사 ARM홀딩스를 234억 파운드(약 35조 원)에 인수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손정의 사장은 기술 업계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항상 대형 투자를 해왔다.


위 사진을 보면 소프트뱅크가 주력해 온 역사가 대강 요약되어 있다. PC가 등장한 1980년대 소프트웨어 유통사로 출발한 소프트뱅크는 인터넷이 막 시작되던 1990년대 중반에는 미국 야후에 투자했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든 2000년대 중반엔 영국 보다폰의 일본 법인을 인수했다. 2013년에는 미국의 통신사 스프린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9일에는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인 ARM의 인수가 이뤄졌다.

손 사장은 IoT는 모바일 인터넷에 필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스마트폰 등) 모바일뿐만 아니라 가전, 자동차, 인프라 등 모든 사물에 반도체가 탑재되는 IoT 시대에 ARM 프로세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주력인 휴대폰 사업과 미래 먹거리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이번 인수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런데 왜 ARM일까? 



1. 85%의 강력한 시장 점유율


ARM 프로세서는 2015년 기준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시장의 95%, 스마트폰과 태블릿PC과 노트북을 합한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85%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저장 장치도 90%를 점유하고 있고 차량 제어, IoT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PC에 들어가는 CPU를 독점하는 인텔과 비교해 매출은 36분의 1 수준이지만 영향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참고 링크 : 새 ARM 프로세서, 가상현실 겨냥한 포트폴리오)

손정의 회장은 앞으로 10년의 패러다임으로 ’IoT’로 낙점했다. 2040년에는 1인당 1,000대의 장치가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게 손정의 사장의 예측이다. 만약 ARM이 현재와 같은 점유율을 계속 유지한다면 IoT 시대의 독점적이며 강력한 파워를 가진 기업이 될 수 있다. 

 

 

2. IoT, 커넥티드 카 시대의 대비

소프트뱅크와의 시너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는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한다. 모든 제품에 ARM(기반 칩)이 들어가는 IoT 시대가 도래하면 소프트뱅크 인프라와 ARM 칩 내장 제품이 서로 연결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 인프라 서비스를 모태로 하는 소프트뱅크가 ARM의 IoT 기술을 통해 통신 서비스와 하드웨어를 결합할 수 있다는 얘기다. IoT 시대에는 스마트폰으로 갖가지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만큼 ARM의 칩 설계 기술의 가치는 더 커진다. ARM의 칩은 현재 스마트폰, TV, 자동차, DVD 플레이어, 냉장고 등 900억 개의 사물에 이식되었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군침을 흘리는 또 다른 분야는 자동차 업계다. 자동차가 인터넷과 연결되면(커넥티드 카) 소프트뱅크의 인터넷 인프라와 수 많은 칩셋이 필요하다. 소프트뱅크와 ARM에게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ARM은 이런 IoT 분야에서 매우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IoT 기기는 데이터를 검색하는 기능(센서)와 이를 무선으로 제어하는(무선 마이크로 컨트롤러), 그리고 여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기능(전원 IC)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다. 이중 무선 마이크로 컨트롤러는 ARM 프로세서 코어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2000년 부터 무선 마이크로 컨트롤러 분야는 4/8/16비트에서 32비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데 이 32비트 무선 마이크로 컨트롤러의 ARM 점유율이 2015년 기준으로 26%에 달한다. 무선 마이크로 컨트롤러는 IoT 마지막단 클라우드 서비스 연결에 필요하다. 그래서 통신 프로토콜 처리를 포함하는 높은 성능이 요구된다. ARM에게 유리한 상황인 것이다. 만약 점유율이 늘지 않더라도 시장 규모가 커지면 당연히 라이선스 및 로열티로 벌어들이는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충분히 높은 점유율의 모바일 프로세서와 차량용 앱 프로세서 분야와 달리 서버 또는 차량용 제어 장치 분야는 큰 폭의 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당연히 더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3. 혁신의 가속화


ARM의 CEO ‘사이먼 시갈’은 공식 홈페이지 영상 대담을 통해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로 투자는 늘어나고 제품 개발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IoT나 자율 주행 같은 미래 기술은 개발하는데 오랜 시간과 자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은 이 같은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그리고 실현되려면 얼마나 걸릴지를 매우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만족하는 높은 인수가와 혼자 할 때 보다 더 익사이팅한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는 두 가지 인수 조건에 소프트뱅크는 충족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수로 ARM의 본사 인력은 두 배로 확충된다. 점유율이 낮은 시장에 전념하기 위한 에코 시스템 구축에 새로운 인력과 투자가 이뤄진다면 ARM 입장에선 참으로 이치에 맞는 거래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인수로 ARM 라이선스를 가져다 쓰는 반도체 업체들과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A칩을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한다. 당분간 ARM 아키텍처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ARM 아케텍처를 라이선스하는 반도체 업체는 애플 말고도 모바일 프로세서 제조사인 퀄컴과 미디어텍 그리고 삼성전자, 화웨이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포함된다. 이들 업체들도 이번 인수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진단된다. 이들은 대부분은 특정 아키텍처, 제품과 직결된 장기 계약을 맺고 있어서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스타일에서 ARM을 다른 곳에 되팔 때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것. 소프트뱅크는 사들인 기업의 가치를 높여 비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워왔다. 삼성전자 같은 특정 업체에 ARM을 팔면 ARM 라이선스 이용에서 배제되는 업체가 나타나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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