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의 애플 때리기…글로벌 테크기업 규제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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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의 애플 때리기…글로벌 테크기업 규제 신호탄?
  • by 이상우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지적하며 애플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고발했다. 한창 글로벌 테크기업의 '해체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공정한 룰"을 요구하고 나선 스포티파이의 주장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 스타트업을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인수하는 등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사전에 틀어막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독일 등 여러 경쟁 당국에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을 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13일 유럽연합위원회에 애플이 '애플 스토어'의 독점적 지위 남용에 따른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했다. 앱 내 결제에 붙는 30% 수수료는 앱 개발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라는 게 핵심이다. 가입자가 많은 스포티파이 입장에선 이점이 불만이다. 특히 무료 가입자가 프리미엄 서비스로 전환할 경우 적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니얼 에크(Daniel Ek) 스포티파이 CEO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스포티파이와 애플의 대결이 아니다. 기업의 역사와 규모에 상관없는 동일한 공정한 룰을 요구한다."면서 애플이 앱스토어에 적용하는 30% 수수료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티파이는 앱스토어 수수료를 '애플세'라고 부르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스포티파이 이의를 접수하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심사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최근 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테크기업을 겨냥한 반(反)독점 규제 강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지난 8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기술 분야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크고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혁신을 위해 거대 기업들을 해체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발표한 정책안에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 등 테크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예를 들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아마존이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아마존닷컴에서 판매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 '애드 익스체인지'와 '검색'도 분할 대상으로 거론된다. 오픈 마킷 인스티튜드(Open Markets Institute) 등 시장 독점을 반대하는 단체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세계 최대 콘퍼런스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 참석해 "플랫폼 운영과 사업을 동시에 허용하지 않다."며 애플과 앱 스토어 분할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논란에 휩싸였다. 미디어 애널리스트이자 뉴스레터 업체 스트라테커리(Stratechery) 창업자인 벤 톰슨은 "앱이 없는 스마트폰을 제인하는 것인가?"라며 워런 상원의원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된다며 비판했다.


스포티파이의 요구는 워런 상원의원과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애플이 앱 스토어를 운영하되 운영 규칙의 변경을 요구한다. 현재 애플 앱 내 결제에 따른 30%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사용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앱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로 업그레이드도 불가능하다. 대니얼 에크는 "사용자가 결제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모든 앱에 동등하게 제공하고 제공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한다."면서 "애플뮤직을 포함한 애플 자체 앱도 동일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플의 반독점적 행위가 소비자에게 불합리하다는 사례도 언급했다. 만약 스포티파이가 애플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경우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회원은 애플뮤직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반독점법은 경쟁이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애플은 전자책 가격 담합을 이유로 지난 2012년 미국 법무부로부터 반독점법 소송을 당했다. 당시 법무부는 애플이 전자책 가격을 올리기 위해 미국 5대 출판사와 공모했다며 제소했다. 애플은 4년간 전자책 가격 담합 소송 끝에 패소했고, 4억 5,000만 달러(4794억 75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선고를 받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마그레테 베스타거 반독점 위원장은 최근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2017년 구글이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7년간 광고 시장을 독점해 왔다며 27억 달러(약 3조 57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반독점을 엄격하게 다루는 유럽연합이 애플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스포티파이 주장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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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aspen@thege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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